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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드라마 리뷰/드라마

넷플릭스「소년심판」리뷰 - 좋은데 아쉽다

by 김꼬까 2022. 3.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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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 약간 있습니다.

 

「소년심판」의 줄거리는 대단히 간단합니다.

 

포스터에도 나와있듯, 심은석 판사(김혜수 扮)는

소년범을 혐오한다

고 자기 입으로 말하고 다니는 사람인데,

 

 

이 양반이 법원 소년부에 부임하게 되어

소년범들을 심판하는 이야기입니다.

제목 그대로죠.

 

 

저는 트레일러만 보고서 드라마를 봤었는데요.

 

1편에서 중요하게 다루는 "촉법소년 살인" 이야기를

한 시즌 내내 계속 끌고 갈 줄 알았는데

옴니버스식 구성으로 되어 있더라구요??

 

소년범 살인 사건은 2편만에 다 정리되고,

3편부터는 전혀 다른 사건을 다룹니다.

한 사건에 에피소드 2개 정도를 할애해서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방식이에요.

 

 

그럼, 드라마를 보면서 좋았던 점부터 꼽아보죠.

 

 

 

1. 연기력 말해 모해

 

굵직한 캐스팅만 대충 살펴보면,

김혜수, 김무열, 이성민, 이정은

이렇게 네 배우가 나옵니다.

 

 

저 배우들을 모아놓고 몰입이 떨어지는 작품을

만드는게 오히려 어려울 겁니다.

 

대사 없이 가만히 서있기만 해도

눈빛으로 캐릭터를 연기해버리는 배우들인데

말해 뭐하겠습니까.

 

주연급 캐릭터들 중에 발연기하는 사람이 

아무도 없으니 아주 편안하게 관람 가능합니다.

 

 

2. 메시지 전달이 명확함

 

이 드라마가

소년범을 무조건 극악무도하게 그려낸 다음,

엄벌에 처해서 사회의 매운맛을 보여주는,

그런 단순한 사이다식 전개였다면,

보고 나서 실망했을 겁니다.

 

하지만 「소년심판」은 

사건을 일차원적으로 접근하기 보다는, 

좀더 근본적인 해결책을 제시하기 위해서

각 사건들을 다양한 시각으로 조명하면서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게 하려고

애를 많이 쓴 것이 느껴집니다.

 

그리고 그들(제작진)이 결국 말하고자 하는 바를

주로 심은석의 입을 빌려서 분명히 전달하죠.

 

 

촉법소년 이슈를 예로 들어보자면, 

 

촉법소년의 연령을 낮추거나

형벌을 강화하는 식으로 법을 바꾸는 것은

가장 간단한 해결책인 것 같지만,

근본적인 해결책은 될 수 없다고 말합니다.

 

애초에 소년들이 가정과 사회의 관심과 보호에서

소외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 더 우선시되어야

한다는 것이죠.

 

미성년이 저지르는 범죄의 정도가 점점 심각해지고,

범죄자의 연령이 갈수록 낮아지고 있는 요즘,

소년범의 처벌이 어떻게 이루어져야 하는가에 대해서

생각할꺼리를 많이 제시해주는 드라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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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이제 아쉬웠던 점을 좀 짚어보겠습니다.

 

 

1. 실제 사건과의 유사성

 

「소년심판」을 보면서

"어? 이 사건 어디서 봤는데?"

하신 분들 있으십니까.

 

여러분들의 기억력이 정확했습니다.

「소년심판」에 등장하는 사건들은 하나같이

너무 익숙합니다.

 

'촉법소년 살인'이라는 자극적인 키워드로

예고편을 빵빵 때리면서 관심을 끌던 1편은

누가 봐도 인천 초등생 살인사건을 떠올릴 정도

내용이 유사합니다.

 

 

그 외에도

숙명여고 시험지 유출 사건,

초등생 아파트 벽돌 투척 사건,

중학생 집단 성폭행 사건

온 나라를 떠들썩하게 할 정도로 심각한 사건들을

거의 그대로 가져다 쓴 수준입니다.

 

첫번째로 드는 의문은 

제작진이 과연 각 사건의 피해자들에게

허락을 구했을까?

였습니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좀 찾아봤는데,

피해자 가족들에게 허락을 구했다-는 내용이 

명확하게 나와있는 기사를 못 찾겠더라구요.

그러니 일단 넘어갑니다.

 

그리고 두번째로 든 의문은

이렇게까지 유사하게 만들어야 했나?

였습니다.

 

실제 사건을 모티브로 만들어진 작품은 많지만,

「소년심판」은 일어난 지 얼마 되지 않고,

대단히 민감한 사건을 모티브로 한다는 점

차이가 있습니다.

 

제가 위에서 열거한 사건 4가지 중에서

7년 전 발생한 초등생 아파트 벽돌 투척 사건이

그나마 제일 오래된 겁니다. (2015년)

나머지 사건들은 2017~2019년에 일어났으니

전부다 아직 10년도 지나지 않은 셈이죠.

 

초등생 아파트 벽돌 투척 사건의 경우, 

당시 초등생에게 형법을 적용시키는 것에 대해

대단히 갑론을박이 많았었습니다.

 

중학생 집단 성폭행 사건의 경우에는,

2018년과 2019년에 일어난 별개의 두 사건을

섞어서 드라마에 갖다 썼는데요.

 

2018년 사건은 가해자 몇 명은 촉법 소년이라

큰 처벌이 없었고, 피해자는 자살을 하여

안타깝게 생을 마감한 사건이었습니다.

 

2019년 사건은 가해자들이 실형을 살긴 했는데요.

드라마가 너무 대놓고 베꼈습니다.

실제 가해자들의 녹취록 내용을 그대로

다 가져다가 썼더라구요.

 

 

제작진이 드라마를 만든 취지도 좋고,

전달하려는 메시지도 좋고, 다 좋습니다.

 

그런데 저는 드라마를 보는 내내,

아직 시간이 얼마 지나지도 않은 사건을

실제와 이렇게까지 유사하게 만들면

당시 직접/간접적으로 피해를 입었던 사람들의

상처가 채 아물기도 전에 다시 소금 뿌리는 격이

되지 않을까 싶어서 계속 염려스러웠습니다.

 

 

2. 대사가 죄다 일침

 

제가 위에서 

제작진들이 말하고자 하는 바를
주로 심은석의 입을 빌려서 전달한다

고 말했었는데요.

 

 

판사들의 말을 통해서 노골적으로 

메시지를 딱딱 짚어주다 보니,

따끔하게 일침 놓는 대사 열전이 펼쳐집니다.

 

 

 

사람에 따라 호불호가 갈릴 수 있지만,

저는 개인적으로 썩 좋아하지 않거든요.

 

메시지나 교훈을 등장인물이 대놓고

대사로 줄줄 읊어주는 것보다는

다른 방식을 통해 전달하는 걸 더 선호합니다.

 

그래서 판사들, 특히 심은석이 일침 대사 남발할 때

뭔가 낯 간지러우면서 몰입이 깨지더라구요.

 

 

 

3. 판사 혼자 다 해먹네

 

「소년심판」에 나오는 판사는 별의별 일을 다 합니다.

 

이해합니다. 이 드라마의 주인공은 판사이고,

주인공이 카메라에 잡히는 시간이 길어야 되니까.

 

 

아니 근데 아무리 그래도

판사가 사건 해결하려고 현장 수사까지 뛰는 건

해도해도 너무한거 아닙니까?

 

판사 혼자서 북 치고 장구 치고 탈춤 추고

상모까지 돌리는 걸 보면서, 저는

이 움짤을 떠올렸습니다.

 

법원 소년부에 판사 숫자보다

판사가 아닌 직원들의 숫자가 훨씬 더 많은데

그 직원들은 다들 어디서 뭐하는 것일까요.

 

 

 

그 밖에도,

무려 2022년에 만들어진 드라마에

이혼한 전남편의 어머니(=옛 시어머니)가

직장까지 찾아와서 며느리 싸다구를 날리는,

구태의연하고 올드하기 짝이 없는 장면

나올 때는 충격과 실망을 금치 못했습니다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년심판」은,

최근 우리나라에서 넷플릭스 자본으로 제작한

대부분의 작품들과는 달리, 가벼운 오락성 대신 

주제에 대해 진지하게 접근하려고 했다는 점이

돋보이는 드라마입니다.

 

하지만 제가 아쉬운 점 1번에서 언급한

실제 사건과의 유사성이 자꾸 마음에 걸려서

쉽게 추천드리기도 참 거시기합니다.

왜냐면, 드라마를 보고서

제가 마음이 영 편치 않았거든요.

 

궁금하신 분들은 직접 보시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습니다.

어떤 작품이든, 자기가 직접 보고 판단하는게

좋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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