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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드라마 리뷰/드라마

넷플릭스 오징어 게임 까는 리뷰

by 김꼬까 2021. 9.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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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관적인 리뷰입니다.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 게임」, 
영화 「신이 말하는대로」, 
「쏘우」 의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제가 「오징어 게임」을 다 보고나서 든 생각은

저거 어디서 
많이 본 것 같은데?

였습니다.


제가 기시감을 느꼈던 작품들을 하나씩 짚어보죠.

 


① 카이지 & 라이어게임


둘 다 일본 작품이고, 각각 원작 만화가 있습니다. 
「카이지」는 영화, 「라이어게임」은 드라마입니다.


저 두 작품이 잘 만들어진 좋은 작품인가 
하는 문제는 일단 차지해두고,


빚더미에 앉아있는 사람에게 
일확천금을 벌 수 있는 기회가 있다며 꼬드겨서 
이상한 게임에 참가시킨다는 큰 플롯을 놓고 보면 
「오징어 게임」과 상당히 비슷합니다.


그런데 사실


현재 생활이 불만족스러운 주인공.
어느날 갑자기 찾아온 인생역전의 기회.
배후에 누가 있는지 알 수 없는 수상한 게임에 참가.
게임에서 탈락하면 개망함.


과 같은 요소는 일본 만화책이든 다른 영화든 
제법 자주 볼 수 있는 클리셰이긴 합니다.

 

 

 

② 신이 말하는대로

「신이 말하는대로」도 역시 원작 만화책이 있고,  
그걸 미이케 다카시가 영화화한건데요.

 

* 참고로 미이케 다카시의 필모에는 
비지터 Q, 착신아리, 크로우즈 제로, 악의 교전 
등이 있습니다.

예전에는 오리지널 각본으로 많이 작업했는데 
언제부턴가 갑자기 
만화 실사화 영화만 만들고 있더군요.

일본 영화계의 갈라파고스화 때문인 것 같습니다. 

 

「신이 말하는대로」는,


고등학생인 주인공이 다니는 학교에 어느 날 갑자기
괴이한 장치들이 나타나 여러 가지 게임을 시키고
게임에서 탈락하면 죽인다는 이야기입니다.

어린이들이 할 법한 
놀이를 시키고, 
탈락하면 죽인다.


「오징어 게임」이랑 상당히 비슷한 설정이죠?


심지어 신이 말하는대로에서 
일본판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도 나오는데요.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대신에 
'だるまさんが転んだ (다루마상가 코론다)' 
라고 말한다는 것을 제외하면,
우리나라의 무궁화꽃이랑 규칙은 똑같습니다.

다루마상(저 빨간 물체)이 뒤돌아봤을 때 
움직이는 사람은 탈락하고, 바로 죽게 됩니다.


판타지 영화이기 때문에 
어떻게 죽이는건지 정확한 원리를 설명해주진 않지만 
어쨌든 다루마상이 노려보면 머리가 터져 죽는다는
설정입니다.

 

죽은 학생들에게서 뿜어져 나온 피는 
빨간 구슬이 되어버리고요.

 

 


그럼 넷플릭스 「오징어 게임」을 살펴봅시다.

 

무궁화꽃 게임 장면은 예고편에서부터 

공개가 됐었는데요.

 

어린 시절 하던 놀이를 가지고
데스게임을 벌인다-

는 줄거리를 봤을 때부터 쎄했는데, 


예고편을 보자마자 
역시 「신이 말하는대로」를 참고했구나 
하는 확신이 생기더라구요.

 

술래 로봇이 뒤돌아봤을 때 움직이면 탈락하고, 
그 자리에서 바로 죽습니다.

 

신이 말하는대로는 괴생명체들이 사람을 죽이지만, 
오징어 게임에서는 개조한 무기 장치 같은 걸로 
죽인다는 점에서 약간 차이가 있겠네요.

 

처음 1명이 죽는 걸 보고 동요한 사람들이 움직이다가 
우후죽순으로 죽는다는 것까지 
「신이 말하는대로」와 똑같습니다.

 

 


③ 쏘우


참가 번호 1번 할아버지 오일남은 
아무리 생각해도 「쏘우」의 직쏘를 참고해서 만든 
캐릭터 같습니다.

 

오일남 영감님은 뇌종양이 있는 시한부입니다.


전 처음부터 오일남 캐릭터가 의심스러웠는데요.
왜냐면, 주요한 캐릭터 중에서 유일하게 

노인이었기 때문입니다.


보통 저렇게 눈에 띄는 특징을 몰아주는 캐릭터는 
꼭 뭔가 반전이 있더라구요.


그래서 게임 주최측과 커넥션이 있거나, 
전(前) 게임의 우승자 중 하나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더랬습니다.

 


그런데 4화에서

소등 후 참가자들끼리 서로 죽고 죽이는 
살육전이 벌어졌을 때


오일남이 높은 곳에서 올라가서
이러면 다 죽는다고 소리를 지르니까 
살육전이 멈추는 씬이 있는데요.


그걸 보고 저는 
오일남이 게임의 배후라는 걸 확신했습니다.


아니나 다를까 후반부에 
호스트 얼굴을 안 보여주는 겁니다?


그건 뭐다?

 

이때까지 봤던 등장인물 중에 
누군가가 호스트라는 소립니다.


가장 가능성이 높은 건 오일남이겠죠. 
뻔한 반전입니다.

 

 

사실 이것과 아주 흡사한 설정이 

「쏘우」에서 이미 나왔습니다.
쏘우에서 벌이는 살인 게임의 배후인 직쏘는 
「쏘우 1」에서 자기 정체를 드러내는데요.

 

사실 직쏘는 불치병에 걸려 시한부 인생을 

살고 있는 노인입니다.


게임을 계획하고, 자신도 게임의 일부가 되기도 하죠.


설정이 상당히 비슷하죠?


「쏘우」을 본 사람이라면 
「오징어 게임」의 오일남을 보고 
직쏘를 떠올릴 수밖에 없습니다.

 

 


그외에도 자잘하게 기시감을 느꼈던 포인트는,

 

 


④ 게임장의 계단

 

게임장에서 참가자들이나 진행요원들이 
이동하는 계단이 나오는데요.

저 계단씬을 보자마자 저는 
해리 포터에 나오는 움직이는 계단이 떠올랐습니다.

 

디자인이 너무 비슷하게 느껴졌거든요.


해리 포터에서처럼 계단이 움직이는 건 아니지만, 
미로처럼 복잡해 보인다는 점은 같습니다.


해리 포터에서는 학생들이 
각자 다른 장소로 가야 하기 때문에 
계단이 여러 개 있어도 말이 되지만,


「오징어 게임」 참가자들은 
모두 한 장소로 이동하기 때문에 
저렇게까지 복잡할 필요가 없거든요?


참가자들이 게임장 내부 구조를 
기억하기 어렵게 만들려고 
일부러 미로처럼 만들었다고 하면 
뭐 할 말은 없습니다만...

 

 

 

 

⑤ VIP 가면


「오징어 게임」의 VIP 손님들은 
화려하게 장식된 가면을 쓰고 있습니다.


모임에 초대된 게스트들이 가면 쓰고 있는 씬을 보면 
자연스럽게 「아이즈 와이드 셧」이 
떠오를 수밖에 없습니다.


아이즈 와이드 셧의 등장인물들이 
가면을 쓰고 나오는 씬들이 워낙 임팩트가 강해서...


뭐, 아이즈 와이드 셧이랑 다르게 오징어 게임에서는 
가면이 동물 모양이라는 차이점이 있긴 하네요.

 


하지만 

 

아주 돈이 많은 부자
누구에게도 말할 수 없는, 

뒤가 구린 취미생활을 즐기는 모임에 와서
자신의 정체를 숨기려고 화려한 가면을 쓴다- 

 

는 설정은 겹칩니다.

 

 


클리셰라는 건, 
대중들이 재미있어 한다는 것이 
검증됐기 때문에 
클리셰가 된 겁니다.


클리셰를 많이 썼더라도 그걸 어떻게 연출할지, 
나머지 부분을 어떻게 채울지에 따라서 
색다른 작품이 될 수 있거든요.


근데 「오징어 게임」은 그렇지가 않습니다.


어디서 많이 본 것 같은 뻔한 캐릭터들을 모아다가 
제대로 써먹지도 못해요.

 

 

가장 큰 문제는 주인공인 성기훈(이정재 扮)에게 
전혀 공감이 안 된다는 겁니다.


성기훈은 과거에 자동차 회사에서 일하다가 
부당 해고를 당하고, 치킨집을 열었지만 

그마저도 망했습니다. 


그 이후 희망 자체가 거세당한 채 
도박으로 큰 빚을 지고 의욕없이 살아가고 있죠.


아들, 남편, 아버지 
그 어느 역할도 제대로 못 해내는 
무능 3종 세트를 갖춘 캐릭터입니다.

 


그런데 현실에서와는 다르게 
오징어 게임에 참가하는 동안에는 
주변 사람을 엄청 챙기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마치 '그래도 사람은 착한' 캐릭터라고 
어필하는 것처럼 말이지요.

 

그런데 말입니다.


정작 자기 어머니는 
당뇨병으로 발이 썩는 것도 모르고 방치했으면서 
게임에서 처음 만난 영감님은 그렇게 챙기는 사람을 
착하다고 말할 수 있습니까?


본성은 착한데 
어쩔 수 없는 상황에 몰려 
나쁜 짓을 저질렀다고 하기엔,
성기훈의 '어쩔 수 없는 상황'은 공감하기 힘들어요.


어머니 집이지만 어쨌든 집이 있고, 
거액의 빚도 누군가에게 속아서 진 빚이 아니라 
자기가 도박하다가 사채를 쓰게 된 거니까요.

 


본성은 착한데 
어쩔 수 없는 상황에 몰려 
나쁜 짓을 저지른 캐릭터는 오히려


강새벽(정호연 扮), 압둘 알리(트리바티 아누팜 扮), 
지영(이유미 扮)이 더 어울립니다.


셋 다 사회적 약자이고, 
(강새벽은 여성 탈북자, 압둘 알리는 외국인 노동자, 
지영은 범죄 피해자)
타인에 의해 인생이 망가진 케이스이기 때문이죠.


자기 팔자 자기가 꼰 성기훈과는 다릅니다.

 

 


마지막 장면에서 
시즌 2가 나올 것처럼 하면서 끝났는데요.


진짜로 다음 시즌이 나온다면 시즌 1보다는 

좀더 잘 만들어졌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적어도, 어디서 본 것 같은 클리셰라도 

좀 덜 나왔으면 하네요.

 


이런 분들에게 추천합니다.

- 제가 위에서 비슷하다고 언급했던 작품들 중에서 하나도 안 본 분

 

 

 


+) 오징어 게임의 황동혁 감독 말에 따르면,


카이지, 라이어게임, 배틀로얄 등 
일본 데스게임물을 보고 영향을 받은 건 맞지만
2008년 정도부터 오징어 게임을 구상했기 때문에
그 이후에 나온 작품과는 관련이 없다고 했답니다.

 

*신이 말하는대로는 
2011년에 만화 연재가 처음 시작됐고, 
2014년에 영화가 나왔습니다.

 

아니 그러면, 

제가 사실 2010년부터 구상한 내용이 
인터스텔라 판박이거든요.

라고 말해도 인정해주는 부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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