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관적인 감상입니다.
평점 ●●◐○○
* 결말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예전에는 대부분의 한국 공포영화가
귀신이 나오는 내용이었습니다.
「여고괴담」, 「폰」, 「거울 속으로」, 「장화, 홍련」 등
2000년 초반까지 나온 한국 공포영화에서는 주로
초자연적인 존재가 무서움의 주체였습니다.
그런데 그런 트렌드가 2000년대 중반에 들어서면서
조금씩 바뀌기 시작합니다.
전과 같은 귀신 영화도 여전히 건재했지만,
사람이 무서움의 주체가 되는 영화가
하나둘씩 나온 거죠.
「숨바꼭질」, 「김복남 살인 사건의 전말」처럼
호러에 범죄 스릴러를 약간 섞은 거죠.
2010년 중반에 들어서면서
장르(?)가 더 다양해집니다.
「연가시」, 「감기」 등 호러를 약간 끼얹은
재난 영화가 나오기도 하고,
「검은 사제들」처럼 외국에서나 가능할 줄 알았던
엑소시즘 영화가 나오기도 했습니다.
'공포하면 귀신, 귀신하면 공포'라는
공식에서 벗어난 다양한 시도들이 있었기 때문에,
「부산행」같은 본격 좀비영화도
나올 수 있었던 거라고 생각합니다.
사람들이 새로운 형태의 공포영화,
그것도 좀비물을 잘 받아들일 수 있었기 때문에
흥행에도 성공한 거겠죠.
부산행은 관객이 무려 천만이 넘게 들었습니다.
역대 박스 오피스 중에서는 16위이구요.
(2021년 3월 1일 기준)
* 참고로 역대 박스오피스 순위는 이렇습니다.
20위 안에 공포 영화가 「부산행」과 「괴물」
딱 2개 있습니다만,
「괴물」은 순도 높은 공포영화라고 보기 애매해서요.
실질적으로는 「부산행」 하나라고 봐도
좋을 것 같습니다.
우리나라에서 이만한 좀비영화가 나왔다는 건
진짜 대단한 일입니다.
그것도 감독의 실사 영화 데뷔작이
이만큼 성공한 건 더 대단한 일이죠.
연상호 감독은 장/단편 애니메이션을
주로 만들어오다가,
실제 배우가 나와서 연기하는 영화를
처음 만든 게 바로 「부산행」입니다.
이때까지 제가 쓴 영화 리뷰 포스팅에서
숱하게 말씀드렸는데, 저는 공포영화를 좋아합니다.
그중에서도 좀비물을 아주아주 좋아합니다.
그러니, 우리나라에서 좀비영화 나온다니까
제가 기대를 했것어요, 안 했것어요...
스토리는 좋았습니다.
성격 급한 한국인을 위해
전개가 빠르다는 점도 좋았습니다.
좀비가 뛰어다니는 것도 제 마음에 쏙 들었습니다.
HANKUK SARAM PALI PALI
물리고 나서 좀비가 되기까지의 시간이
사람마다 너무 각양각색인 게
살짝 마음에 걸리긴 합니다.
그 부분에 대해선 영화에서
딱히 설명을 안 해주거든요.
그래도 저한테는 그 문제가
대단히 많이 신경쓰이지 않았기 때문에
그냥 대충 넘어갔습니다.
별자리 아니면 MBTI 때문이겠죠 뭐.
왜 신경이 안 쓰였냐면요.
'기차'라는 폐쇄된 공간 배경이 제 염통을
말도 못하게 쫄깃하게 만들었기 때문입니다.
KTX나 SR 같은 기차를 한 번이라도
타본 적이 있는 분은 아실 겁니다.
좌석 사이에 통로가 그렇게 넓지 않거든요?
날씬한 사람 둘이서 겨우 통과할 수 있는 정도예요.
더구나 기차 칸 사이나 화장실도 되게 협소해서
숨거나 도망치기도 마땅치 않습니다.
그 좁은 통로를 뚫고 좀비들이 우어어어 하면서
달려온다면 지리겠습니까, 안 지리겠습니까?
미쿡은 총기 소지가 되니까
좀비 헤드샷이 가능하지만,
우리나라는 그런 게 없지 않습니까.
그러면 좀비를 어떻게 잡아야 할까요?
게다가, 딱히 무기랄 것도 없는 기차 안에서
좀비를 제압하기란 더욱 막막합니다.
그 해답이 여기 있습니다.
맨손으로 좀비를 때려잡으시고
솔방울로 수류탄을 만들어 던지시고
나뭇잎으로 강을 건너는 상화(마동석 扮)입니다.
좀비영화에서 이렇게 몸빵으로
무쌍찍는 캐릭터를 본 적이 없어요.
민간인이 저렇게 좀비를 후드러팰 수 있다는 게
말이 되나 싶기도 한데,
배우가 마동석이라서 납득이 됐습니다.
마동석 배우는 왠지 그렇게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근데 앞에서 그렇게 잘해놓고
왜 뒤에 가서 말도 안 되는
신파를 쥐어짜냐고 왜
석우(공유 扮)가 딸 데리고 우는 씬에서부터
신파용 브금을 깔고
필요 이상으로 질질 끌기 시작하는데,
그때부터 예감이 안 좋았습니다.
앞부분에서도 신파 경보가 살짝 살짝 있긴 했는데
설마 또 신파를 넣을까 불안했습니다.
석우의 회상씬에서
온통 화이트 도배 칠갑를 해놓은 것도
정말 꼴깝떤다고 생각했는데,
그게 끝이 아니었습니다.
제일 마지막 씬에서 애가 울먹이면서
개뜬금포로 노래를 막 부르는 거예요??
「부산행」의 좀비들은
시력이 안좋은 대신 청력이 발달해서
조금만 소리내도 달려온다는 설정입니다.
주변에 좀비가 있는지 없는지,
있다면 얼마나 많이 있는지
생존자들은 모르는 상황이에요.
그런 상황에서 노래를?? 목청껏???
그것도 터널 안에서????
와 씨... 저한테는 「부산행」에서
제일 소름돋는 장면이 그 장면이었습니다.
눈과 귀를 의심했어요.
아무리 신파를 꾸역꾸역 밀어넣고 싶다지만
너무한 거 아닙니까?
아니 앞에서 짜놓은 설정이랑 충돌하잖아요.
좀비들이 소리에 엄청 예민해서 그렇게 조심하더니
이게 와서는 이게 무슨 짓이란 말입니까.
터널 버프 받아서 노랫소리가 존나 메아리 치는데,
이건 뭐 팔도 좀비들 다 모이라는 거죠.
그런데 말입니다.
좀비가 안 와요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에라이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렇게 쩌렁쩌렁 노래를 부르고 난리가 났는데
좀비가 1도 안 옵니다.
부산 좀비들은 귀가 먹었나.
아 이제 신파는 그만 NAVER...ㅠㅠ
이런 분들에게 추천합니다.
① 좀비영화 덕후
② 한국형 좀비영화가 궁금하신 분
③ 잔인한 거 잘 못 보지만, 부산행 내용이 궁금하신 분
* 15세 관람가치고 잔인한 장면이 좀 있지만, 몇 군데만 눈 감으면 관람 가능한 수준(이라고 생각합니다.)
④ 마동석 덕후
'영화&드라마 리뷰 > 영화' 카테고리의 다른 글
베놈 리뷰(2018) - 외계 생명체의 집착 쩌는 로맨스물 (0) | 2021.03.07 |
---|---|
반도 리뷰 - 매드맥스 같은 거에 신파를 끼얹음 (0) | 2021.03.03 |
더 넌 리뷰 - 컨저링 사골 우리기 (0) | 2021.03.01 |
캐리 1976 vs 2013 리뷰 - 공포를 빙자한 사이다썰 (0) | 2021.02.26 |
알.이.씨 (REC) 리뷰 - 똥줄이 타다 못해 한 줌의 재가 됨 (0) | 2021.02.24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