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관적인 감상입니다.
평점 ●●○○○
*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어메이징 스파이더맨」 시리즈가 무산된 이후
소니가 야심차게 내놓은 마블 원작 영화입니다.
「좀비랜드」의 감독 루벤 플레셔가 연출했고요.
차이나머니로 초대박을 치긴 했지만,
로튼토마토 지수는 별롭니다.
그 와중에 또 관객 지수는 좋네요.
개봉전에 트레일러만 봤을 때는 걱정했었습니다.
왜냐하면 베놈이 사람의 뼈와 살을
되게 분리 잘 하게 생겼는데,
이걸 PG-13등급
(우리나라로 치면 12~15세 관람가)로
뽑을 거라고 하는 겁니다??
자라나는 어린이들에게 저 비주얼을 보여준다는게
가당키나 한 소리인가 의심했으나,
진짜 레알 찐 PG-13 등급으로 개봉해버리고 맙니다.
(우리나라에서는 15세 이상 관람가 등급을 받았습니다.)
근데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까
등급보다 더 심각한 문제가 있었습니다.
그것은 바로 「베놈」이
안티 히어로물을 빙자한
외계 촉수 로맨스물이었다는
것입니다!
잠깐만요. 저는 미친놈이 아닙니다.
잠시만 설명을 들어보세요
설명을 보시면 이해가 되실 겁니다.
심비오트는 외계 종족입니다.
단독으로는 생존하기 힘들어서,
다른 생명체의 몸을 숙주로 삼아서
기생하며 살아야 하는 종족이죠.
지구에 오게 된 심비오트 둘 중에서
에디 브룩(톰 하디 扮)의 몸에 기생하게 된
애 이름이 '베놈'입니다.
사람과 합체(?)했을 때는
철근도 씹어먹을 것 같은 비주얼이지만,
자기 혼자 있으면 씹다버린 껌처럼 생겼습니다.
하지만 합체 전의 모습을 보고 무시하면 안됩니다.
사람 머리를 무슨 콩나물 대가리 따듯이
똑 똑 따먹는 흉포한 애들이기 때문입니다.
얘네들 목적은 동족을 모조리 지구로 불러와서
자기네들이 지구를 먹는 거거든요?
베놈 입장에서 에디는 그냥 단물 다 빠지면 버릴
숙주에 지나지 않습니다.
에디와 사이좋게 지낼 이유가 1도 없어요.
그런데 왜 베놈은 이렇게 착한 것일까요.
에디가 경찰을 잡아먹지 말라니까
진짜 안 잡아먹는 착한 베놈
에디가 자기 친구를 잡아먹지 말라니까
진짜 안 잡아먹는 착한 베놈
이렇게 에디 말을 잘 듣는 장면이 꽤 나오는데,
전 그때마다 이 짤이 자꾸 생각났습니다.
이게 외계생명체인지, 강아지인지...
안돼! 안돼! 하면 진짜 안 합니다.
안티히어로의 혁명이에요.
이 정도면 손등 위에 먹이 올려놓고
기다려 훈련도 충분히 가능해 보입니다.
처음엔 베놈이 심비오트치고
유독 심성이 착해서 그런가 했는데,
그게 아니었습니다.
에디에 대한 사랑💕때문에 그랬던 겁니다.
그것도 그냥 사랑이 아니라
아주 맹목적으로 활활 타오르는 사랑말입니다.
사랑에 눈이 멀어버린 베놈은
야경이 보이는 바다에서 에디에게 마음을 전합니다.
"너, 내 꺼해라."
이게 실제 영화짤이라면 믿으시겠습니까.
이 집착 이 소유욕 뭐냐고 도대체.
후반부로 갈수록 베놈의 에디 사랑은
점점 극으로 치닫습니다.
급기야, 지구를 정복하러 왔던 베놈이
지구를 지키기 위해서 자기 동족이랑
죽음의 맞다이를 뜨는 지경에 이르는데요.
왜 마음을 바꿨냐는 에디의 물음에
베놈은 이렇게 대답합니다.
"니가 나를 바꿨다."
베놈은 그렇게 숨겨왔던 나의 수줍은 마음 모두
에디에게 줘버리고 만 것입니다.
이게 사랑이 아니고 뭐란 말입니까?
이제 베놈에게 '안티히어로'라는 수식어는
더이상 어울리지 않습니다.
사랑에 살고 사랑에 죽는
러브히어로라고 불러야 마땅합니다.
한 가지 치명적인 단점은,
베놈의 뜨거운 사랑이 너무 엑셀을 밟는 바람에
영화를 보는 사람들이
그걸 따라가지 못했다는 겁니다.
우리 사회는 아직 외계 집착광공을
포용할 준비가 안 되어 있어요.
이러니 욕을 안 하게 생겼습니까.
이게 무슨 안티히어로란 말입니까.
개연성은 어디 팔아먹고,
설명하기 귀찮으니까 그냥
에디쨩이 스키다요❤로 퉁치면
넘어갈 수 있을 줄 알았나..
이런 분들에게 추천합니다.
① 톰 하디 덕후
② 외계 집착광공이 취향인 분
③ 개연성 별로 신경 안쓰고 가볍게 볼 팝콘무비 찾으시는 분
+) 1편이 이 지경이 됐는데,
흥행에는 성공하는 바람에 2편이 나온댑니다.
1편 각본가였던 양반이 2편도 썼습니다.
설마 2편도 또 로맨스 찍는 거 아닐지
두려움이 몰려오는 와중에 그나마 위안이 되는 건
감독이 앤디 서키스로 바뀌었다는 겁니다.
고기도 먹어본 놈이 잘 굽지 않습니까.
앤디 서키스가 히어로물 연출은 해본 적이 없어도
출연은 해봤으니 감독도 잘 하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걸어봅니다.
원래는 2020년 가을 개봉 예정이었는데,
코로나 때문에 2021년 6월로 개봉이 미뤄졌습니다.
한 번 더 미뤄지는 일 없이
6월에 무사히 개봉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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