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결말의 스포일러를 약간 포함하고 있습니다.
스포일러를 알고 봐도 크게 지장이 없을 것 같지만요.
*주관적인 감상입니다.
평점 ●●●●●
까만 똥그라미 다섯 개가 있는 걸 보니
빵점이라는 말인가 싶으시겠지만,
평점 5점입니다.
'대니 보일' 하면
「트레인스포팅」, 「슬럼독 밀리어네어」, 「127시간」등
너도 알고 나도 아는 유명한 영화가 많지만
저는 대니 보일의 영화 중에서 「28일 후」를
가장 좋아합니다.
이때까지 제가 본 좀비영화 중에서
최고라 할 수 있는 갓띵작이기 때문입니다.
좀비영화 좋아한다면서
「28일 후」를 보지 않은 사람하고는
겸상하지 않습니다.
진정한 좀비덕후라면 이 영화는
꼭 반드시 무조건 보셔야 합니다.
제가 「28일 후」를 얼마나 좋아하냐면
이 영화 하나로 인해 대니 보일은
저에게서 평생 까방권을 얻었습니다.
뭐, 제 주제에 대니 보일을
까든 안까든 변할 것도 없지만,
어쨌든 제 남은 평생 대니 보일을 까지 않겠노라고
굳게 다짐했습니다.
이런 일이 진짜 벌어질 가능성은 0에 수렴하겠지만,
어느 날 갑자기 대니 보일이
영구와 공룡 쭈쭈 2탄을 찍는다고 해도,
속으로 쓴눈물은 삼킬지언정
대놓고 욕하는 일은 없을 겁니다.
간단히 줄거리를 살펴봅시다.
영국의 한 동물 실험 연구소에
극렬동물보호단체가 무단 침입하는
사건이 일어납니다.
문제는 그 연구소에 '분노 바이러스'에 걸린
침팬지가 있었다는 거죠.
침팬지를 풀어주려다가
물린 사람이 분노 바이러스에 감염되고,
비감염자를 무차별적으로 공격하기 시작합니다.
분노 바이러스는 감염되고 나서
좀비로 변하기까지의 시간이 길지 않아서
영국 전역으로 걷잡을 수 없이 퍼져나갑니다.
분노 바이러스가 시작된지 28일 후
다른 사고로 인해 의식불명이었던
짐(킬리언 머피 扮)이 병원 침대에서 깨어납니다.
짐은 의사도, 간호사도, 다른 환자조차 없는
병원을 빠져나와 하염 없이 걷다가
좀비에게 공격당하게 되고,
이제 죽는구나 싶은 순간에
셀레나(나오미 해리스 扮) 무리가 짐을 구해줍니다.
그 이후의 이야기는 직접 영화를 보시고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28일 후」에서 다루는 '분노 바이러스'는,
여타 좀비영화에 나오는 '좀비 바이러스'와는
약간 다릅니다.
몇 가지 차이점을 정리해보자면,
1. 감염자가 비감염자를 잡아먹지 않습니다.
좀비는 보통 사람을 잡아먹잖아요?
「28일 후」의 좀비들은
사람을 잡아먹는 게 아니라 공격합니다.
공격하다가 깨물 수도 있지만,
먹기 위해서 깨무는 건 아니라는 거죠.
2. 감염자는 '언데드'가 아닙니다.
보통 좀비는 한 번 죽었다가 되살아난 존재라서
심장이 멈춘다고 죽지 않습니다.
그래서 좀비를 죽일 때는 주로 머리를 잘라내거나
헤드샷을 쏴서 머리를 날려버리죠.
하지만 「28일 후」의 좀비는 머리 쪽을 공격하는 것
이외의 다른 방법으로도 죽일 수 있습니다.
3. 물리는 것 말고 다른 방법으로 감염될 수도 있습니다.
물리지 않아도,
감염된 체액이 비감염자의 체내에 들어가면
좀비가 될 수 있습니다.
4. 펄쩍펄쩍 잘 뛰어다닙니다.
편의상 '좀비'라고 부르는 거지,
진짜 좀비처럼 운동신경이 떨어지지는 않습니다.
너무 분노한 나머지 뚜껑이 열려서
눈에 뵈는 게 없는 상태라고 할까요
최근 좀비물에서는 뛰는 좀비가 대세입니다만,
그전까지는 좀비가 대부분 이렇게
느릿느릿 비틀비틀 걸어다녔거든요?
뛰어다니는 좀비를 유행(?)시킨 영화가 바로
「28일 후」입니다.
제가 「28일 후」를 사랑해 마지않는 이유 중 하나는
단순한 피칠갑 특수분장쇼에 그치지 않고,
좀비 아포칼립스와 같은
극한 상황에 처한 인간의 내면에
포커스를 맞추기 때문입니다.
요즘에야 좀비보다 더 발암인 인간캐가 나오는 게
하나의 트렌드로 정착이 됐지만
이 영화가 2002년 작이라는 걸 감안하면,
인간이 어디까지 악하게 변할 수 있는지 보여주는 건
신선한 시도였습니다.
그리고 주인공 짐을 통해서
공포, 절망, 동정, 연민, 분노와 같은
여러 가지 감정을 보여주는 방식도 좋았어요.
짐 역할을 맡은 킬리언 머피도 연기를 너무 잘 했고,
대니 보일도 연출을 너무 잘 했습니다.
화려한 특수효과나 비싼 CG 없이도
좋은 좀비영화를 만들 수 있다는 모범을 보여줬어요.
그중에서도 제가 제일 좋아하는 씬은,
영화 초반에 짐 혼자서
텅빈 런던 거리를 걷는 씬입니다.
이게 CG가 아니라 찐으로 촬영한 건데요.
미리 허락받고서 새벽 시간대에
차량 통제하고 후다닥 찍었다고 합니다.
이 장면을 볼 때면
진짜 세상 끝났구나
하는 허무함, 막막함, 절망으로 숨이 턱 막힙니다.
영화 클라이막스 부분에 나오는 ost 노래가 대단히 유명합니다.
↓결말 부분의 약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좀비로 뒤덮인 세상에서
간신히 살아남은 생존자를 기다리고 있는 건
여전히 지옥인 것 같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희망을 꿈꾼다면
HELL이
HELLO가 될 수도 있습니다.
감독판에서는 위의 엔딩을 포함해 3가지 결말이 있는데요.
유튜브에 검색하시면 볼 수 있습니다.
이런 분들에게 추천합니다.
① 잘 만든 좀비영화를 보고싶으신 분
② 대니 보일 덕후
③ 좀비덕후
④ 저와 겸상을 하고 싶은 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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