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작 웹툰이 있다는데, 저는 웹툰을 안 보고
드라마만 봤습니다.
그래서 원작과 드라마 사이에
어떤 차이점이 있는지는 잘 모르기 때문에
드라마에만 포커스를 맞춰서 리뷰를 하겠습니다.
초반 줄거리를 간략하게 설명드리면-
주인공 소문(이름이 외자. 성이 소, 이름이 문)이는
평범한 고등학생입니다.
어린 시절, 부모님과 차를 타고 가다가
교통사고가 나는 바람에 부모님은 돌아가시고,
소문이는 다리를 다쳐서 지팡이에 의지해서
걸어다니게 됐는데요.
할머니 할아버지와 함께 살면서
친구들이랑도 잘 지내는
착하고 순둥한 캐릭터입니다.
그런데
소문이가 살고있는 도시에는
수상한(?) 국수가게가 있었는데요.
사람들이 줄을 서서 기다릴 정도로 맛집인데,
자기들 멋대로 문을 닫았다 열었다
영업시간이 매우 자유분방한 국수가게였습니다.
이 국수가게에서 일하는 이들의 정체는 사실
악귀 잡는 저승사자들이었습니다.
드라마에서는 이들을 「카운터」라고 부릅니다.
악귀가 사람 몸에 들어가면
온갖 악행을 일삼게 되는데
그런 사람들을 찾아내서
악귀를 저승으로 돌려보내는 일을 하도록
하늘에서 선택받은 사람들이 바로 카운터입니다.
전형적인 힘캐인 「가모탁」
힐러 담당인 「추여사」
풀네임은 추매옥인데,
주로 추여사님이라고 불립니다.
악귀를 감지/추적하는 능력도 있고
악귀 후드려패기도 잘하는 「도하나」
그리고 역시 싸움캐인 장철중.
이렇게 4명의 카운터가
한 팀이 되어 일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악귀를 잡다가 장철중이 사망하고 맙니다.
그 뒤를 이어
주인공 소문이 얼떨결에 새로운 카운터가 되면서
여러 가지 사건이 일어나게 됩니다.
제가 위에 적어놓은 설정만 보면
순도 100%의 판타지겠구나- 싶으시겠지만,
예상 외로 되게 다양한 장르(수사물이나 스릴러 등)가
이것저것 섞여 있더라구요.
그래도 어디까지나 큰 뼈대는 판타지이기 때문에,
판타지의 ㅍ만 들어도 경기를 일으키는 분들은
안 보시는 것이 좋겠습니다.
저는 판타지를 좋아해서, 오히려 다른 장르 지분이
자꾸 치고 들어오는 게 싫었습니다.
아니, 주구장창 악귀만 때려잡았으면 좋겠는데
자꾸 악귀 말고 다른 걸 보여주잖아욧 ㅠㅠ
우리나라가 악귀 청정 지역이 될 때까지
주구장창 악귀만 잡아달라고요 징징
어느 날 갑자기 신기한 능력을 얻게 된 주인공이
그 능력을 이용해서 어쩌고 저쩌고한다- 는 내용의
영화, 드라마는 이미 너무 많이 나왔습니다.
차고 넘쳐요.
어쩌면 이제 나올 수 있을만한 스토리는
다 나온 거 아닌가 싶을 정도로 많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경이로운 소문>도 클리셰를
무지하게 많이 따라갑니다.
*클리셰 : 영화, 드라마, 소설 등에서
진부한 장면이나 판에 박힌 대화,
상투적 줄거리, 전형적인 수법이나 표현을
뜻하는용어입니다.
예를 들면,
① 공포영화에서 수상한 소리를 듣고
혼자 살펴보러 간 사람은 대부분
제일 먼저 죽는다.
② 사람이 떼거지로 죽는 스토리에서
(재난, 전쟁, 호러 등)
제일 마지막까지 살아남는 사람은
주로 여자 or 어린아이와 같이
가장 연약한 캐릭터인 경우가 많다.
③ 가족or 애인사진 꺼내놓고
'이 일만 끝나면 꼭 다시 만날 거야.'
라고 말하는 조연은,
모종의 이유(대부분 사망함)로
사진 속의 인물과 두 번 다시 못 만난다.
④ "이러는 거, 너 답지 않아."
"나 다운 거? 나 다운 게 뭔데?!"
등이 있겠습니다.
스포일러라서 자세히 적을 수는 없지만-
내용이 너무 뻔하게 느껴져서
빨리 넘기기로 넘기면서 본 부분들도
몇 군데 있었거든요.
뒤에 전개될 내용이 제가 예상했던 것과
그대로 맞아떨어지는 부분도 많았구요.
근데 클리셰라는 것이,
사람들한테 잘 먹히기로 검증이 됐기 때문에
너도 나도 써서 클리셰가 된 거 아니겠습니까?
같은 클리셰라도 이것저것 잘 조합해서
색다르게 느껴지도록 만든 작품도 많이 있고요.
평소 히어로물을
마르고 닳도록 본 저 같은 사람들이야
「경이로운 소문」에 뻔한 장면들이 잘 보이겠지만,
그렇지 않은 분들도 계실 테니까요.
판타지 히어로물을 별로 접해보지 않은 분들은
신선한 감각으로 보실 수 있을 겁니다.
한국에서는 히어로물이 흔하지 않으니까요.
클리셰보다 더 중한 문제는-
등장인물 중의 누가 죽거나 위기에 처할 때.
혹은 등장인물의 가엾은 서사를 연출할 때.
도대체 왜 이렇게
신파를 쥐어짤려고 하는지 모르겠습니다.
불쌍하고 딱한 거 알겠으니까 그냥 좀 적당히 하고
담백하게 넘어가주면 안 되는지..
물론 다르게 느끼시는 분들도 많겠지만
사실 제가 신파 알레르기가 있어가지고
불행팔이, 감동팔이 장면이 3분을 넘어가면
머리뚜껑이 벌벌 떨리고
손발이 열리는 증상이 나타나거든요?
그래서 참으려고 해도 도저히 참을 수가 없네요.
물론, 마른 오징어 쥐어짜듯이
불행팔이 쥐어짜기로 유명한 영화들
(7번방의 비밀, 신과 함께 등)과 비교하자면
「경이로운 소문」은 대단히 양호한 편입니다.
또 한 가지 보면서 약간 걸렸던 점은
배우들의 캐스팅인데요.
주인공인 소문을 연기한 조병규 배우가....
연기를 못했다! 라고 말할 순 없는데요.
힘든 상황 속에서도 꿋꿋하게 살아가는,
한없이 착하고 순진한 고등학생을 연기하기에는
좀 안 어울린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더구나 친구 역할(임주연 역)인
이지원 배우의 나이가 ㄹㅇ 10대 중반이어서;;
저 둘이 동갑 친구일 리 없다,
소문이가 몇 년 꿇은게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증폭하는 데 한몫 했구요.
가모탁 역할의 유준상 배우 역시
약간 고개를 갸우뚱하게 하는 캐스팅이었습니다.
가모탁이 아이큐를 버리고 체력에 몰빵한
완전 힘캐처럼 표현되거든요?
그런데 유준상 배우가 덩치가 크지도 않고
체형도 호리호리한 편이라서
힘캐라는 느낌이 전혀 안 들더라구요.
그래서 전 처음에는 가모탁이
힘에 특화된 카운터인줄 몰랐어요.
나중에 대놓고 그런 대사가 나오길래
그제서야 알았습니다;;
카운터의 능력은 초능력 같은 거니까
체형이랑 상관 없긴 하지만...
굳이 마동석 배우 같은 사람이
가모탁일 필요는 없지만...
그래도 만약 덩치가 큰 배우가 가모탁을 연기했다면
가모탁이 어떤 캐릭터인지
보자마자 한방에 이해할 수 있었을텐데-
하는 아쉬움이 약간 남습니다.
물론 유준상 배우의 연기는 아주아주 좋았습니다.
<경이로운 소문>은 이런 분들에게 추천합니다.
① 한국형 판타지가 보고 싶은 분
② 판타지에 수사물을 끼얹으면 어떻게 될지 궁금하신 분
③ 조병규 배우의 덕후
④ 유준상 배우의 덕후
넷플릭스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경이로운 소문 | Netflix
문 닫고 가자! 낮에는 국숫집 직원, 밤에는 악귀를 때려잡는 사냥꾼. 이승과 저승을 오가는 카운터들의 세계에 경이로운 소년, 소문이 들어온다. 동명의 인기 웹툰 원작.
www.netflix.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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