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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드라마 리뷰/영화

랑종 후기 - 별로 안무서워서 머쓱;

by 김꼬까 2021. 11.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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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관적인 리뷰입니다

평점 ★★☆

 

랑종 스포일러 다랑 함유

곡성 스포 약간 있음

*랑종은 넷플릭스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랑종」은 참 안타까운 영화입니다.

개봉 전에 바이럴 마케팅을 맹렬하게 한건 좋은데

후라이를 너무 과하게 쳤어요.

 

잔뜩 기대하게 해놓고 거기 못 미치니까

평이 안좋을 수밖에요.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 없다는 말이

이 영화에 딱 어울립니다.

 

 

「랑종」을 보면서 좋았던 부분도 있고,

그렇지 못했던 부분도 있었는데요.

우선 좋았던 점부터 짚어봅시다.

 

 

 

좋았던 점 ① 

파운드 푸티지로 변화 주기

 

'좋았던 점'이라기 보다는 '애썼다고 느껴진 점'

이라고 해야 더 정확할 것 같습니다만, 어쨌든-

 

「랑종」은 전형적인 파운드 푸티지 영화입니다.

 

파운드 푸티지(Found Footage)는 문자 그대로

"발견된 자료 영상"

이라는 뜻인데요.

영상에 나오는 등장인물 혹은 촬영한 사람이
모종의 사건으로 인해 행방불명되거나 사망한 후

이 영상만 발견됐다는 컨셉을 말합니다.

 

 

사실 「랑종」의 소재는 대단히 흔합니다.

 

 

엑소시즘 영화의 대명사인 「엑소시스트」,

집에 깃든 악령을 내쫓는 「컨저링」 시리즈,

우리나라의 「검은 사제들」, 그리고 「곡성」까지.

 

위에 열거한 영화들 이외에도 

악령 때문에 고생하다가 그 악령을 퇴마한다는

스토리의 영화는 이미 많이 나와있습니다.

 

 

그래서 반종 피산다나쿤 감독이

기존의 엑소시즘 영화와 차별을 두기 위해 선택한게 

바로 파운드 푸티지가 아닐까- 싶어요.

 

나름 신선했습니다.

 

밍에게 어떠한 사건이 일어날 때

좀더 현장감이 생생하게 느껴지는 장점도 있었고,

 

 

 

퇴마의식 며칠 전부터 집에 카메라를 설치해서

밍의 괴이한 행동을 관찰하는 부분도 

「랑종」이 파운드 푸티지였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파운드푸티지 덕분에 생긴 가장 큰 이득은

무고한 희생양이 생겼다는 점입니다.

 

기존 엑소시즘 영화에서 악령에게 당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빙의된 사람의 가족, 친척, 친구들이거든요.

아니면 퇴마사이거나요.

 

 

하지만 「랑종」에서는,

밍의 외가, 친가 어느 쪽에도 속하지 않고

퇴마 의식과도 일절 관련이 없는 

다큐멘터리 제작진들이 등장합니다.

 

이들은 그저 신내림 현장을 찍고 싶었던 것뿐이에요.

하지만 결국 끔찍한 일에 휘말리고 말죠.

 

다시 말해, 무고한 사람도 원혼의 저주를

피해갈 수 없다는 걸 보여주는 겁니다.

그래서 더 무서워지는 거죠.

 

공격 대상이 분명한 귀신보다 

불특정다수를 해치는 귀신이 훨씬 무섭잖아요?

 

 

 

좋았던 점 ② 결말

 

나홍진 감독이 각본과 제작에 참여해서 그런지

「랑종」은 「곡성」과 상당히 비슷한 스멜이 납니다.

 

무당(랑종)이 등장해 악령에 빙의된 사람을

퇴마하려 한다는 큰 줄기도 비슷하지만,

최후에 이기는 건 선이 아니라 악이라는 결말

궤를 같이 합니다.

 

심지어 「랑종」에서는 「곡성」보다 한술 더 뜹니다.

 

모든 참극이 다 끝나고 난 뒤,

님이 살아있을때 인터뷰했던 영상이 나오는데요.

님은 자기에게 정말 바얀신이 내렸는지 모르겠다

의구심을 품고 있다는 말을 하죠.

 

 

노이가 밍에게 짝퉁 내림굿을 받게 하는 바람에

밍의 몸은 영화에 나오는 대사처럼

"열쇠가 꽂혀있는 자동차" 같은 상태입니다.

 

그래서 님은 밍의 몸에 얼마나 지독한 원혼이

얼마나 많이 들어와있는지 정확히 모릅니다.

그래서 님은 퇴마 의식 전에도

의식이 잘 될지 어떨지 불안해하죠.

 

 

이렇게 불리한 상황에서, 우리 편을 이끄는 대장이

"나는 바얀신을 느껴본 적 없는 것 같다"

는 소리를 하면 얼마나 불안하고 두렵겠습니까.

 

 

의식이 실패하는 후반부 장면들을 볼 때는,

팡이 귀신이 내는 아기 울음소리에 홀려서 

봉인된 문을 열어버리는 바람에

일을 그르치게 됐다고 생각했는데요.

 

마지막 님의 인터뷰를 보고 나서는

생각이 좀 달라졌습니다.

 

만일 팡이 문을 열지 않았더라도

의식은 결국 실패하지 않았을까 싶어요.

 

애시당초 밍에게 걸린 저주는 

님과 싼티가 상대하기에 너무 버거운 것이어서,

귀신은 팡이 아닌 다른 수단을 써서라도

결국 의식을 실패하게 만들었을 것 같습니다.

 

 

 

이제 별로였던 점이 대해서 이야기해보죠.

 

별로였던 점 ①

관음적인 카메라 시선 처리

 

이 부분은 도저히 안 짚고 넘어갈 수가 없습니다.

 

 

엑소시즘 영화에서는 귀신 들린 사람이

온갖 괴상한 짓을 하는 씬이 단골처럼 나옵니다.

(특히, 성적으로 문란한 행동이나 말을 하죠.)

 

수위를 어느 정도로 조절할 것이냐는 문제가 있지만,

어쨌든 저는 그런 장면들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단순히 몸이 아픈 정도로는 부족해요.

평소의 OO라면 상상조차 할 수 없는 행동을 해야만

주변 사람들이 심상치 않음을 느끼고 

뭔가 액션을 취하지 않겠습니까.

 

 

「랑종」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밍이 별의별 괴상한 짓을 다 해요.

그건 다 그러려니 하겠는데요.

 

 

귀신에 빙의된 밍이 하혈을 하는 장면이 나옵니다.

 

자다가 일어난 밍이 

다리 사이에서 피가 흐르는 것을 보고

놀라서 화장실로 달려가는데요.

 

그걸 찍는 카메라(극 중의 다큐멘터리 촬영)가

제 눈살을 찌푸리게 했습니다.

 

살짝 열린 화장실 문틈으로

밍이 피를 씻어내고 있는 장면을 찍는데,

그 구도나 촬영 방식이 지나치게 관음적이었거든요.

 

이야기 흐름에 꼭 필요하지도 않은 장면을

적절하지 못한 방식으로 찍어서 집어넣은

이유를 모르겠습니다.

 

영화를 보다 보면,

이야기 전개에 아무 상관 없는 성적인 장면을

필요 이상으로 자극적이게 묘사하는 경우가

심심찮게 있는데요.

 

「랑종」같은 경우는 그 장면이

오히려 감상을 방해했습니다.

잘 보다가 '왜 갑자기 이런 장면이 나오지?'

라는 의문이 들면서 몰입이 깨지더라구요.

 

 

 

별로였던 점 ②

꼭 파운드 푸티지여야 했나?

 

「랑종」이 파운드 푸티지라는건 장점이자 단점입니다.

 

극 중에서 다큐멘터리 촬영에 동원된 스텝은

철저한 관찰자 역할을 지키는데, 그 점 때문에

후반부 이야기가 약간 이상해진 것 같습니다.

 

 

퇴마 의식이 실패하고 싼티가 데려온 제자(?)들까지

전부 귀신에 씌여서 미쳐 날뛸 때,

촬영 스텝들이 끝까지 카메라를 들고 있다는게

너무 부자연스럽게 느껴졌습니다.

 

뭐, 카메라를 버리면 영화가 진행이 안되니까

계속 촬영을 했다는 식으로 끌고가야겠지만,

그건 영화를 만드는 사람의 사정이고요.

 

카메라맨이 밍을 피해서

창고 같은 곳에 숨어있다가 다시 나왔을 때,

밍이 아기를 뜯어먹고 있는 걸 보고도

계속 카메라로 그걸 찍고 있다는게 

도무지 이해가 안됩니다.

 

소스라치게 놀라서 카메라를 떨어뜨릴 법도 한데

어떻게 그걸 계속 들고 있는지 모르겠어요.

 

노이가 향을 거꾸로 꽂은 다음

그나마 제정신이던 사람들까지 몽땅 귀신에 씌일때

왜 도망을 안가고 그 사람들 하나하나를

클로즈업해서 찍고 있는 것인지...?

 

 

보통 사람이라면 당연히

모든걸 제쳐놓고 도망쳐야 하는 장면에서까지도

카메라를 목숨처럼 사수하고 있으니까

너무 억지스러워서 오히려 몰입이 깨지더라구요.

 

 

별로였던 점 ③

이야기 흐름을 위한 억지들과

식상한 소재들

 

님이랑 싼티랑 둘이서 힘을 합해도

이길지 어떨지 확신이 안 설 정도로 

아주 강력한 귀신들이랑 싸우러 가면서

밍을 가둬놓은 집에 아기를 같이 둡니다.

 

무슨 일이라도 생기면 어쩌려고

귀신이랑 아기를 한집에 둡니까.

간이 배밖에 나왔어요.

 

더구나 밍을 감시할만한 사람은 아기 엄마와

다큐멘터리 촬영 스텝 하나, 싼티의 제자 하나

이렇게 달랑 3명뿐이에요.

 

이건 뭐 죽여달라고 비는 수준 아닙니까.

적어도 아기랑 아기엄마는 피신시켰어야죠.

 

등장인물 처리(?)를 편하게 하려고

이렇게 억지스러운 상황을 만들었다고밖에

생각할 수가 없어요.

 

 

그리고-

아기 소리에 정신 뺏겨서 물불 안 가리는 엄마

그만 좀 나왔으면 좋겠습니다. 너무 식상해요.

 

방문 봉인된 거 풀만한 방법으로 그거 말고

다른 아이디어 떠오르는게 없었는지...

 

 

이외에도 전체적으로

어디서 많이 본듯한 소재들을 많이 써먹어서

감독의 전작인 「셔터」를 떠올리게 했습니다.

(참고로 전 셔터를 노잼으로 봤습니다.)

 

집안에 설치한 관찰 카메라를 통해서

밍이 밤에 하는 이상한 행동을 보여주는 씬이

특히 그랬는데요.

밍이 뭐할지 뻔히 예상이 다 되니까 

무서우라고 넣은 장면인데 무섭지가 않았습니다.

 

 

 

이런 분들에게 권합니다.

 

① 소문난 잔치에 얼마나 먹을게 없는지

확인해보고 싶은 분

 

② 심약자

(심약자는 재밌게 볼 수 있을거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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