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관적인 리뷰입니다.
평점 ●●●○○
스포 거의 없음
인물 소개 수준.
이라고는 하지만,
원작 설정이 워낙 복잡하고 방대해서
어느 정도는 좀 알고 있는 상태에서
영화를 보셔도 괜찮을 것 같습니다.
「듄」은 프랭크 허버트의 소설 원작을
드니 빌뇌브 감독이 영화화한 것입니다.
사실 「듄」은 1984년에 데이비드 린치 감독이 한번
영화로 만든 적이 있는데요.
1984 듄을 만들 당시에는 영화사, 제작사가
분량 가위질에 대한 간섭을 심하게 한 나머지
용두사미식으로 끝맺어졌다고 하더라구요.
2021년 듄에서 다루는 것도
1984 듄과 거의 완전히 똑같은 스토리이긴 한데,
다행히 이번엔 러닝타임을 전보다 넉넉하게 줘서
분량 가위질에 대한 아쉬움은 덜했던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2021년 듄 역시
미처 담아내지 못한 내용이 제법 있습니다.
원작이 하도 방대하다 보니까 어쩔 수 없는건지..
영화만 봐서는 확실하게 이해가 안되는
부분들도 있거든요.
* 듄의 설정과 의문점에 대한 것은
따로 포스팅해두었으니 참고바랍니다.
영화 듄의 설정, 의문점 정리
약스포 있음 라고 하지만, 이 정도는 알고 보셔야 영화 이해가 쉬울 것 같습니다. 원작소설을 안보고 영화를 봤더니 저도 뭔소린지 모르겠는 부분들이 있어서.. 여기저기서 찾아낸 설정들을 정
kimkoka.tistory.com
등장하는 용어가 길고 낯설어서
한번에 기억하기도 쉽지 않구요.
저는 원작이 있는 영화라도,
영화만으로 왠만큼 다 설명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그런 부분이 약간 아쉽긴 합니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신경쓰였던 것은
등장인물들의 피부색입니다.
이야기의 중심이 되는 아트레이데스 가문 사람들은
전부 백인입니다.
백인인 레토 아트레이데스, 레이디 제시카 사이의
아들 폴 아트레이데스가 백인인 것까지는
피로 이어진 가족이니까 그럴 수 있다 치는데
아트레이데스의 군 총사령관급인 거니 할렉,
레토의 오른팔격인 지략가 투피르 하와트,
그 밖에 작은 감투 쓰고 있는 책임자들 전부
싸그리 백인입니다.
아트레이데스 가문과 앙숙인 하코넨 가문도
마찬가지입니다.
바론 하코넨도 백인,
그의 조카인 글로수 라반도 백인입니다.
그리고 하코넨의 핏줄이 아니지만
거기서 한 자리 차지하고 있는 인물들도
모두 백인입니다.
소위 상위계급이라 할만한 인물들 중에
유일하게 백인이 아닌 사람은
아트레이데스 가문의 주치의인 유에뿐이죠.
듄 세계관에 등장하는 유일한 동북아시아인입니다.
그 직업도 무려 '의사'죠.
백인들이 바라보는 전형적인 아시안의 이미지가
고스란히 투영된 캐릭터임을 부정할 수 없습니다.
이까지만 해도 상당히 기분이 애매까리했는데,
아라키스라는 사막 행성에 사는 프레멘들이
전부 유색인종인 걸 보고서는 존나 확신했습니다.
아니 요즘 세상에
백인 구원자 영화가 나오다니?
프레멘들은 오랜 세월 사막 생활을 했기 때문에
피부색이 어두워졌을 것이다-
라고 스스로 합리화를 해보려고 해도
그럼 그건 그렇다 치고,
백인 여성인 제시카가 베일 뒤집어 쓴 건
어떻게 합리화할 건가??
라는 또다른 의문이 생깁니다.
한쪽 눈 감고 봐도 히잡에서 따온 것 같은데
저거야말로 여성 인권 의식 부족, 백인의 문화 전유,
오리엔탈리즘 짬뽕의 결정체 아닙니까?
듄 원작 소설은 1960년대에 나왔습니다.
그때 미국에서는 흑인 인권 운동이 한창이었습니다.
백인이 이용하는 식당에 흑인은 출입도
못하게 하던 시절이었기 때문이죠.
뿐만 아니라, 그때는 성차별도 만연했었습니다.
영화 「세상을 바꾼 변호인」에서
루스 베이더 긴즈버그 변호사가 성차별 관련 소송을
진행했던 시기가 1970년대였던 걸 떠올려보면,
1960년대의 인권 의식이 얼마나
바닥을 치고 있었는지 감이 오실 겁니다.
그런 시절에 쓰여진 소설인만큼
지금 시각에서 봤을 때 얼탱이없는 부분투성이인건
어쩔 수 없다고 칩시다.
하지만 2021년에 그걸 영화로 만든다면
좀 색다른 시도를 해볼 수도 있었을텐데죠.
사실 헐리우드에서는 90년대까지만 해도
백인 구원 서사 영화가 흔했습니다.
시대가 변하면서 점점 다양한 인종 배우들을
스크린에서 볼 수 있게 됐지만,
여전히 백인이 세상을 구하는 영화를
심심치않게 볼 수 있습니다.
유색인종의 캐스팅 비율은 아직 충분치 않고요.
듄의 캐스팅에 대한 찝찝함과 더불어
또 한 가지 아쉬웠던 것은
전개나 끝맺음이 애매하다는 점입니다.
이 영화는 처음 시작할 때 타이틀이
Dune Part One
이라고 나옵니다.
처음부터 속편을 염두에 두고 만든 것이죠.
드라마라면 즐겁게 다음 편을 기다리겠지만,
이건 영화입니다.
저는 여러 편이 시리즈로 엮인 영화라고 해도
한 편 안에서 기승전결이 뚜렷해야 한다고
생각하걸랑요.
근데 듄은 발단, 전개, 위기 약간 보여주고는
그냥 끝나버립니다.
본격적인 위기, 절정은 2편에 나온대요.
본격적으로 영화를 보기 전에
우리가 알아야 하는 것에 대한 설명이 끝나면
그다음에는 좀 흥미진진하게 터뜨려줘야죠.
오오 이제 드디어 시작이네!! 하는데
엔딩 크레딧이 나오는 걸 본 기분이란...ㅎㅎ..
이건 뭐 2시간 반짜리 트레일러도 아니고..
하지만 연출한 사람이 드니 빌뇌브라서
만듦새만큼은 대단히 촘촘합니다.
사막의 색감이나 분위기, 모래바람, 먼지 등을
이용한 연출은 아주 좋았습니다. 그건 칭찬해요.
근데 2편 내용이 찐일 것 같아서...
전체 시리즈를 다 봐야 제대로 된 후기를
쓸 수 있을 것 같네요.
이런 분들에게 권합니다.
① 듄 원작 덕후
② 티모시 샬라메 덕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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