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일러 듬뿍 들어있음 주의
「가이언즈 오브 갤럭시」의 제임스 건 감독이
「수어사이드 스쿼드」를 연출하게 됐다는 기사를 보고
처음 든 생각은 2가지였습니다.
① 워너 브라더스 놈들은 벨도 없나?
애초에 제임스 건이 디즈니에서 퇴출당했던 이유가
예전에 자기 SNS에다가 어린이를 소재로 섹드립치고
온갖 쓰레기같은 발언을 했었던 게 걸려서 그랬던건데,
수스쿼 감독으로 낙점됐다는 소식이 뜬 시기를 보면
제임스 건이 디즈니(마블)에서 팽 당했을 때
냉큼 주워다가 쓴 거거든요.
제임스 건이 연출을 잘 하긴 하지만 그래도 그렇지
라이벌이 버린 카드를 줍줍해서 쓴다는게
그저 놀라웠습니다.
그런데 그 이후 디즈니에서 제임스 건을
다시 불러들여서 가오갤 3 감독을 시켜주는 바람에,
상대적으로 워너 브라더스가 했던 웃긴 짓이
덜 멍청해보이게 됐습니다.
② 수스쿼를 살린다고?
「수어사이드 스쿼드」 1편 (이하 수스쿼)은
스토리도 엉망, 개연성도 엉망, 캐릭터도 엉망
뭐 하나 빼놓을 것 없이 엉망진창인 영화였습니다.
신기하게도 영화가 그 꼬라지인 것에 비해서는
제법 흥행에 성공을 했단 말이죠???
아마도 그 영화에서 딱 하나 건질만 했던
할리 퀸 덕분이 아니었나 싶은데요.
이런 상황에서 수스쿼 2편을 만든다니
워너 브라더스 놈들이 제대로 돌았구나 싶었습니다.
1편에서 정리 못한 게 한두가지가 아닌데
이건 제임스 건 할아버지가 와도 못할 거라고
생각했습니다만,
이게 되네...?
1. 잔인함
전편이랑 가장 크게 달라진 점은 관람등급이
청소년 관람불가가 되었다는 것입니다.
(수스쿼 1편은 15 관람가였음)
전 진작 이랬어야 했다고 생각합니다.
애초에 수스쿼 컨셉이,
깜빵에 들어갈 정도로 나쁜 쓰레기들을 모아다가
더 나쁜 놈 잡거나 개위험한 일을 시킨다-
는 거잖아요.
걔네가 모여서 손잡고 강강술래하면 재밌겠습니까?
존나 피 터지게 싸워줘야죠.
정의, 우정, 사랑 같은거 운운하지 말고 그냥
서로 죽고 죽이면서 끝장을 내줘야죠.
그게 우리가 범죄자 무리가 우글우글 나오는 영화에
기대하는 거 아니겠습니까?
1편에서 제일 마음에 안들었던 게...
갑자기 하늘에서 뚝 떨어진 동지애가 활활 타올라서
내가 희생할테니 너는 살아 이지랄 하는 꼬라지가
꼴보기 싫어가지고 진짜
아이덴티티가 범죄자인데 감성 쳐돋고 앉았지 으이그
수스쿼 2편은 그런 저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고
*제임스 건 감독 말에 따르면
수스쿼 2편이 아니라 수스쿼 리부트라고 하지만,
우린 '2편'이 더 익숙하니 2편으로 부르겠습니다.
베고 찌르고 썰고 자르고 찢는 것을 다 보여줍니다.
2. 캐릭터 정리 정돈
또 한 가지 크게 달라진 것은
어떤 걸 살리고 어떤 걸 버리고 가야 하는지를
정확히 알고 만들었다는 점인데요.
처음에 이 포스터↓를 봤을 때는
캐릭터가 너무 많은데?
이러다 1편 꼴 나는거 아닌가?
라고 생각했지만 저건 그냥 훼이크였습니다.
처음 등장하는 캐릭터가 저 정도로 많이 나오면
만드는 사람도, 보는 사람도 감당이 안됩니다.
그래서 제임스 건이 선택한 방법은,
현명하게 캐릭터 정리를 잘 했다고 생각합니다.
오프닝에서 확 집중되게 하면서도 개그를 섞어서
찐 수스쿼는 이쪽이었다-라는 걸 보여주는 방식이
재미있었어요.
처음에 마이클 루커(우리에겐 욘두로 잘 알려진)가
나왔을 때까지만 해도 진짜인 줄 알았어요.
근데.............말잇못
초반부터 캐릭터 정리 정돈을 확실히 한 덕분에
각자의 개성을 좀더 확실하게
보여줄 수 있게 됐습니다.
이번엔 캐스팅부터 약간 반칙이었어요.
존재만으로도 치트키인 이드리스 엘바가 나오는데
거기에 존 시나까지 나옵니다. 와씨 팔뚝 보소...
저 팔뚝 사이에 머리 한번 낑겨보고 싶네요.
그러다보니
테스! 토스! 테론!
테스토스테론이 화면 밖까지 막 뿜뿜하는데 워...
없던 가슴털이 돋아나는 기분이었습니다.
이런 근육질 배우들 데려다 쌈박질하는거 만드니까
너무 좋아서 인상이 찌푸려집니다.
앞으로 한 124편 정도 더 보면
제 마음도 좀 누그러질 것 같네요.
할리 퀸은 여전히 미친년꽃다발이었습니다.
우리 할리 예쁘고 싸움도 잘 하고 못하는 게 뭔지♡
가만히 생각해보면 수스쿼에 제일 잘 맞는 캐릭터가
할리퀸이 아닌가 싶어요.
머리가 돌긴 돌았는데 한 17바퀴 정도 돌아서
묘하게 제자리에 돌아온 것처럼 보이는 느낌..?
할리 퀸이 탈출하면서 군인들 끔살하는 이 씬을
참 귀엽고 재밌게 연출 잘 한 것 같습니다.
피 뿜는거 대신 꽃잎이 팡 터지게 만들어 놓은 것이
킹스맨 1편의 머가리 폭죽씬을 떠오르게 하더군요.
3. 재미있는 연출
제임스 건이 연출을 재미있게 잘한다고
전부터 느꼈는데요.
이번에도 역시 눈에 띄는 데가 많았습니다.
더 수어사이드 스쿼드 타이틀이 뜨는 장면은
가오갤 1편 오프닝이 떠올랐습니다.
아직 상황 파악 못해서 '이거 뭐지?' 하는 관객들에게
정신 차리라고 타이틀 한방 크게 때려주고
시작하는 거죠.
그리고 또 제가 상당히 인상적이었던 부분은
챕터 타이틀 카드를 보여주는 방식이었는데요.
되게 아이디어가 좋은 거 같아요.
새 캐릭터 데리고 새 이야기를 끌어가야 하니까
시간이 부족한 와중에,
챕터 나뉘는 부분을 화면 속에 텍스트를 배치해서
알려주는 방식이 신선하고 재밌었습니다.
제임스 건- 하면 브금을 빼놓을 수 없는데요.
그중에서도 제가 제일 기억에 남았던 건
할리 퀸이 탈출하는 씬에 나왔던 Louis Prima의
Just A Gigolo / I Ain't Got Nobody 입니다.
이런 노래를 깔아놓고 군인들을 끔살...ㅋㅋㅋㅋ
4. 나나우에
이미 글이 길어졌지만
나나우에는 꼭 짚고 넘어가야겠습니다.
얘는 도대체 뭔데 이렇게 귀엽나요?
이빨에 안 어울리게 바둑알 같은 눈 붙어있는 것도
귀여움 포인트인데,
하는 짓이 멍청해서 더 귀엽습니다.
한 마리 분양받았으면 좋겠네요.
약간 생선비린내가 날 것 같지만 감수해야죠.
나나우에는 사람을 찢으니까요.
참고로 나나우에의 목소리는
실버스타 스텔론이 맡았습니다.
5. 형이 왜 거기서 나와
보면서 어? 어?? 했던 포인트가 2군데 있었는데요.
랫캐쳐2가 옛날 이야기 하면서 잠깐 스쳐지나간
아빠가 너무 타이카 같이 생겼는데 잘못 봤나 했더니
찐으로 타이카 와이티티가 랫캐쳐1 역할을 한 게
맞았고요;;
그리고 클럽에서 춤추는 댄서가
폼 클레멘티에프(가오갤2의 맨티스)랑
너무 닮았는데?
라고 생각했는데 진짜 폼 클레멘티에프더라구요.
역시 덕후의 눈은 속일 수 없었던 것입니다.
두 배우는 아마 제임스 건 감독과의 친분으로
까메오 출연을 한 게 아닌가 싶네요.
눈치채셨는지 모르겠지만, 제임스 건의 동생인
숀 건도 살짝 출연했었습니다.
숀 건은 가오갤에서 크래글린역이었던 배우인데요.
로켓의 모션캡쳐도 숀 건 담당이었습니다.
그 경험을 살려 위즐 연기도 숀 건이 했다고 하네요.
인간 아닌 캐릭터 연기에 너무 특화돼있는데...?
6. etc
① 피터 카팔디의 띵커
이랬던 배우를 데려다가
이 꼬라지로 분장시켜 놨는데...
원래 캐릭터가 저렇게 생겨먹었다고 하니 걍 넘어감.
근데 띵커 쟤는 불편해서 어떻게 사는 걸까요.
옷 입고 벗을 때마다 머리 뿔에 걸릴 것 같은데..
베개에 머리도 못 올릴텐데 잘 때 서서 자나...?
② 스타로
아무리 봐도 뚱이인데...?
뚱이가 분노하면 저렇게 무섭습니다 여러분
아뇨! 뚱인데요!!!!
③ 피스메이커 드라마
2번째 쿠키에서 피스메이커가 살아있다는 걸
보여줬는데요.
HBO max에서 피스메이커를
드라마로 제작한다고 합니다.
연출, 각본, 제작은 전부 제임스 건이 맡았고,
피스메이커가 주인공이니까
주연도 당연히 존 시나입니다.
지난 7월에 촬영이 다 끝났다고 했고,
내년인 2022년 1월에 공개된다고 하는데요.
HBO 드라마들이 대부분 수위가 쎈 편이었고,
「피스메이커」는 공중파 TV로 방영하기에
힘들 정도의 수위로 만들거라고
제임스 건이 말한 것도 있고 해서,
아마 잔인한 장면이 꽤 많이 나오는 드라마가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④ TDK는 살아있다
제임스 건이 트위터로 TDK가 살아있다고 말했는데요.
제임스 건이 피스메이커 드라마에
수스쿼 캐 중에 누군가 나온다고 말한 적이 있어서,
혹시 생존한 TDK가 나오지 않을까 추측 중입니다.
전 피스메이커에 블러드스포트가 나와줬으면 하는
작은 소망이 있습니다.
둘이서 투닥거리는 케미가 좋았는데...
한번만 어떻게... 한번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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