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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드라마 리뷰/영화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 후기 - 올해 최고의 영화

by 김꼬까 2022. 12. 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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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단히 주관적인 평가입니다. 
평점 ●●●●●

 

결말 스포일러 있습니다.

 

저에게 2022년 개봉한 영화 중에서

어떤 영화가 가장 좋았느냐고 물어본다면,

단연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

라고 대답할 겁니다. (이하 '에에올'로 표기)

 


「에에올」은 다니엘 콴, 다니엘 쉐이너트가

공동으로 연출한 영화입니다.

두 다니엘 감독이 함께 작업한 작품에는

「스위스 아미 맨」이 있는데요.

 

 

스위스 아미 맨」 역시 감독의 풍부한 상상력이

빛을 발하는 영화입니다.

그런데 후반부가 상당히 호불호가 갈릴 것 같아

추천드리고 싶지는 않습니다.

저는 후반부가 영 별로였거든요.

 

생각해보니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도

호불호가 명확하게 나뉠 것 같네요.

위에서 평점을 5점 만점 준 걸 보면 아시겠지만,

저는 에에올이 대단히 좋았습니다.

 

하지만 이야기가 너무 정신이 없어서

무슨 내용인지 모르겠다고 하는 분도 있었는데요.

그런 분들을 위해 복잡한 거 다 덜어내고

핵심적인 줄거리만 다시 짚어보겠습니다.

 

 

에블린은 남편 웨이먼드, 딸 조이, 아버지와 함께

넷이서 살고 있는 평범한 주부입니다.

부부가 함께 운영하는 세탁소의 세금 신고를 하려고

세무서로 향하는 도중에

 

 

갑자기 다른 세계의 웨이먼드가 나타나서

우주에 존재하는 모든 세계가 위험하다고 경고합니다.

조부 투바키라는 빌런이 전부 죽이려고 하는데,

그걸 막을 사람은 이 세계의 에블린 뿐이랍니다.

사실 조부 투바키는 다른 세계의 조이였구요.

 

다른 세계의 웨이먼드는 에블린에게

멀티버스를 자유자재로 이용하는 방법을 전수하고,

에블린은 조부 투바키의 부하들과 싸우며

멀티버스 이용법을 익혀나가게 되죠. 

 

에블린은 조부 투바키 즉, 조이의

멀티버스 파괴 계획을 저지하고

평화를 되찾는데 성공합니다.

 

~끝~

 

이렇게 보니까 되게 간단하죠?

이 심플한 스토리에 어떤 것들이 첨가됐는지

하나하나 살펴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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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말도 안 되는 상상력 - 버스 점핑

 

사실 '멀티버스'라는 건

마블 영화에서 선수를 쳐버렸기 때문에

더 이상 그렇게 새로운 개념도 아닙니다.

물론 「에에올」의 멀티버스는

마블의 멀티버스와 조금 다르긴 하지만요. 

 

「에에올」의 상상력은 멀티버스 그 자체보다는,

멀티버스를 이용하는 방법에 있는 것 같습니다. 

 

에에올의 설정에 따르면-

'나'는 여러 세계(유니버스)에서 각자 살고 있고,

각 세계마다 '내'가 가진 스킬이 다 다릅니다.

 

예를 들어...

조부 투바키를 만들어 낸 알파 유니버스에 살고있던

에블린은 엄청나게 머리가 좋아서

처음으로 멀티버스 접촉에 성공한 사람이죠.

 

 

다른 세계의 에블린은

세계적인 여배우로서의 삶을 살고 있고,

또 다른 세계의 에블린은 무술의 달인,

또 다른 세계의 에블린은 요리사입니다. 

 

이렇게 다양한 세계에 살고 있는 에블린과

현재 세계의 에블린의 의식을 동기화해서

기억, 감정, 기술을 전부 다운로드받을 수 있다-

고 생각하면 쉬울 것 같네요.

 

이것을 영화에서는

"버스 점핑"

이라고 하는데요.

버스 점핑을 하려면 평소의 자기 자신이라면

절대 하지 않을 법한 행동을 한 다음,

블루투스에 녹색불이 들어왔을 때

버튼을 클릭하면 됩니다. 

 

 

이 버스점핑이라는 설정으로 인해서,

독특한 상상력을 마음껏 펼칠 수 있게 된 거죠.

 

다른 유니버스의 에블린의 능력을 가져와서

싸움에 기발하게 응용하는 것도 너무 재밌었고,

특히 적들이 버스 점핑을 하기 위해

말도 안 되는 행동을 하는 부분은 진짜ㅋㅋㅋㅋ

영화보면서 크게 소리내서 웃는 경우가 잘 없는데,

에에올은 보면서 박장대소를 했습니다.

감독이 어떻게 그렇게 웃긴 시나리오를 썼는지,

정말 대단합니다.

 

 

2) 조부 투바키 vs 에블린

 

멀티버스의 빌런 조부 투바키는

알파 유니버스에서 에블린의 딸 조이였습니다.

 

알파 조이가 버스 점핑에 탁월한 소질을 보여서,

알파 에블린이 딸에게 계속 버스 점핑을 시켰어요.

무리하게 버스 점핑을 한 결과, 조이는

존재하는 모든 유니버스와 전부 동기화되고 맙니다.

 

 

 

사람은 자신이 아직 겪어보지 못한 것을

꿈꾸면서 살아갑니다.

 

새로운 직업, 새로운 사람과 같이

굵직한 꿈부터 시작해서,

가본 적 없는 나라에 여행가고 싶다,

먹어본 적 없는 맛있는 음식을 먹고 싶다,

입어본 적 없는 예쁜 옷을 입고 싶다- 와 같은

소소한 꿈까지.

 

가보지 않은 길에 대한 호기심과 희망은

우리가 살아가는 원동력 중의 하나입니다. 


하지만 알파 조이처럼

모든 것을 다 겪어봤다면 어떨까요?

 

 

안 해본 것이 없으니 궁금할 것도 없고,

의욕도 사라져서 삶이 허무하게 느껴질겁니다.

 

알파 조이는 그런 허무주의에 빠져서

빌런 조부 투바키가 된 것입니다.

살아봤자 어차피 아무 의미 없으니

그냥 다 죽는 게 낫다는 것이

조부 투바키의 생각입니다.


그런 조부 투바키에 대항할 수 있는 사람은

지금 이 세계에 살고 있는 에블린입니다.

(편의상 현재 에블린이라고 부르겠습니다.)

 

'내'가 어떠한 선택을 할 때마다 가능성이

가지처럼 뻗어나와서 새로운 세계가 생겨납니다.

 

그러나 현재 에블린은 그 어떤 가지로도

뻗어나간 적이 없는 사람입니다.

다른 세계의 에블린에 비해 이룬 것도 하나 없고,

능력치도 거의 전무하거든요.

하지만 그것을 거꾸로 생각하면, 현재 에블린은

순수하고 깨끗한 백지 상태이기 때문에

모든 것을 받아들일 수 있다는 뜻도 됩니다. 

 

모두 경험해봤더니 결국 모두 덧없음을 깨달은

조부 투바키

아무것도 경험해보지 못했기 때문에

앞으로의 가능성이 무한한 에블린.

 

두 사람이 대척점 같은 캐릭터이기 때문에

에블린이 조부에게 맞서 싸울 수 있는 것입니다.

 

 

 

3. 조부 투바키의 베이글

 

조부 투바키는 멀티버스를 멸망시키기 위해

블랙홀처럼 모든 것을 빨아들이는 베이글을

만들어냈습니다.

 

 

베이글은 중간에 구멍이 뚫려있어서

숫자 0처럼 생겼죠.

 

숫자 0은

아무것도 없는 것

즉, 無를 의미합니다.

 

베이글 위에 세상 모든 것을 올렸더니

블랙홀이 되었다는 것은,

알파 조이가 조부 투바키로 변하기까지의

과정과도 아주 유사합니다.

 

아무것도 몰랐던 조이(=베이글=숫자 0)

버스 점핑을 통해 모든 멀티버스를 겪게 되고

(=베이글 위에 세상 모든 것을 올림)

그 결과 조부 투바키(=블랙홀=혼돈)

되었다는 것이죠.  

 

 

 

 

 

 

 

4. 선(善)의 강력함

 

「에에올」의 주제는 크게 2가지로,

선의 강력함이 바로 첫번째 주제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조부 투바키와의 결투가 절정에 달했을 때, 

웨이먼드가 에블린의 앞을 막으며 

친절해져야 한다고(Be kind) 말하죠. 

 

조부의 부하들이 떼거지로 몰려와서

수적으로 불리한 상황인데,

친절해지라니 이게 무슨 소립니까.

에블린은 이미 늦었다고 대답하죠.

 

그러나 에블린이 웨이먼드의 손을 잡은 순간,

여러 세계의 웨이먼드들을 보고 느끼며

비로소 그의 말을 이해하게 됩니다.

 

웨이먼드는 원래 선한 사람입니다. 

 

항상 바빠서 웃을 여유조차 없는 에블린을 위해 

빨래 보따리에 가짜 눈알을 붙여놓는 사람이에요. 

 

오른쪽 상단 보라색 보따리에 웨이먼드가 눈알을 붙여놓았습니다

 

산산조각난 유리조각을 빗자루로 쓸어담으면서 

콧노래를 흥얼거리고, 호출벨을 두드리면서 

무슨 노래인지 맞춰보라는 퀴즈를 내며, 

잃어버렸던 리모콘을 간신히 찾아내고 

기뻐하는 사람입니다. 

 

어떤 상황에서라도 사랑할 것은 있고,

그 즐거움이 크든 작든 인생의 힘든 순간을

조금 덜 괴롭게 넘길 수 있도록 도와줍니다.

 

따라서, 웨이먼드의 '친절하라'는 말은

타인뿐만이 아니라 내가 겪고 있는 이 상황,

힘든 과정을 지나고 있는 자기 자신에게도

친절하라는 의미입니다.

왜냐하면, 그렇게 하는 편이 훨씬 더 행복하거든요.


웨이먼드의 마음에 공감한 에블린은

이마에 가짜 눈알을 붙이고

조부 투바키의 부하들과 맞섭니다.

 

 

짜 눈알은 웨이먼드가 전하고자 했던 메시지

- 착하게 살아감으로써 얻을 수 있는

삶의 소소한 기쁨을 의미하죠.

 

에블린은 부하들을 두들겨패서 제압하는 대신,

멀티버스로부터 각자가 원했던 즐거움을 끌어와

그들을 행복하게 만들어줍니다.

지금이 행복하면 싸울 이유도  없으니까요. 

 

 

 

5. 그래도 너와 함께 있고 싶어

 

처음에 조부 투바키는

에블린과 함께 베이글로 들어가자고 하지만,

에블린이 거부하자

혼자서라도 베이글로 빨려들어가

無로 돌아감으로써 자멸하고자 합니다.

 

알파 유니버스의 사람들은

그런 조부를 막으려 하지 않죠.

조부는 범우주적인 빌런이니까,

조부만 죽으면 만사가 해결되잖아요?

그런 조부를 막아서는 사람은 에블린 뿐입니다.

 

 

결혼한 후 미국에 온 웨이먼드, 에블린과 달리

조이는 미국에서 태어난 이민자 2세대입니다.

나이도 10대인데다, 레즈비언이죠.

 

보수적이고 현실적인 에블린과

진보적이고 이상적인 조이는

사사건건 대립할 수밖에 없습니다.

 

마치 조부 투바키가 에블린과

대척점에 있는 것처럼요. 

 

 

 

 

 

 

 

에블린은 조이와의 반복되는 말싸움에 지쳐서

딸을 거의 포기하고 있었습니다.

서로가 너무 다르니까

거리를 두는 것만이 답이라는 식으로,

수동적인 해결책을 택한 것이죠.

 

그러나 모든 유니버스를 겪은 후,

에블린은 끝까지 조부(조이)를 막아섭니다.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일을 

조부와 에블린 둘 다 경험했지만, 

두 사람의 결론 또한 정반대입니다. 

조부는 결국 세상만사는 무의미하므로 

살아갈 이유가 없다고 생각하지만, 

에블린은 그렇게 허무하고 지친 삶 속에서도 

살아갈 이유를 찾으려 하죠. 

 

 

그리고 에블린이 내놓은 답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이와 함께 있고 싶다는

마음입니다.

 

그것이 바로 다니엘 감독이 생각하는 

부모와 자식 사이, 특히 모녀 사이에 대한

정의가 아닐까 싶습니다.

 

툭하면 말다툼하고, 서로에게 소리지르며 울고,

서로의 가치관을 도무지 이해할 수 없어서

지긋지긋하고 진절머리가 나지만,

그래도 함께 있고 싶다는 마음.

 

이러한 에블린의 마음이

허무에 빠진 조부(조이)에게

살아가는 한 가지 이유가 되어주며

모녀는 화해하게 됩니다.

 

 

아무리 사소한 것이라도

사랑할 수 있는 무언가는 언제나 존재한다는 것.

 

그리고 고된 삶 속에서도

서로 의지하며 사랑할 가족이 있다는 것.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를 통해

감독이 말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이렇게 2가지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이런 분들에게 권합니다.

① 이 세상 모든 딸들

 

② 조부 투바키처럼 삶이 무의미하다고 느껴지는 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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