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관적인 감상입니다.
평점 ●●◐○○
영화 「승리호」의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넷플릭스에서 「승리호」를 봤습니다.
빡치기도 하고 안타깝기도 하고
심경이 되게 복잡해집니다.
우선 줄거리부터 간단하게 살펴보자면-
쓰레기+환경오염 콤보로 인해, 더이상 지구가
살기 힘든 땅이 된 미래가 배경입니다.
어떤 민간 회사에서
우주에 무지하게 큰 위성들 같은 걸 띄워서
깨끗한 우주도시 UTS를 만들어놨습니다.
그 회사 사장이
제임스 설리반(리차드 아미티지 배우)이고요.
그런데 UTS에서
아무나 막 이주를 받아주는게 아니거든요.
실제로 UTS에서 사는 사람들은 죄다 부자뿐이고,
대부분의 사람들은 어쩔 수 없이
지구에서 살고 있습니다.
우주에 둥둥 떠다니는 우주 쓰레기가
UTS 시설에 부딪히면 망가지잖아요?
그래서 우주의 쓰레기를 치우는 직업이 생겼는데요.
영화 제목인 '승리호'도
우주 쓰레기 수거하는 청소용 함선 중 하나입니다.
승리호의 선원은 이 4명입니다.
왼쪽에서부터 기관사 타이거 박(진선규 배우),
조종사 김태호(송중기 배우),
로봇 업동이(유해진 배우),
선장 장현숙(김태리 배우).
그러던 어느 날 갑자기 이들 앞에
외형은 꼬마지만 알고보면 무서운(?)
도로시(꽃님이)가 나타나면서
벌어지는 일을 그린 영화입니다.
깔 땐 까더라도, 일단 잘한 것부터 칭찬을 좀 해보죠.
승리호가 잘한 것①
- 스페이스 오페라에 도전함
영화 「승리호」의 장르는 스페이스 오페라입니다.
다른 우주 SF 영화랑 뭔 차이냐구요?
인터스텔라, 마션, 그래비티를 생각해봅시다.
이런 영화들은 공간적 배경이 우주일 뿐,
그래도 뭔가 일어날 법한 현실을 그린
SF 영화잖아요?
이런 SF 영화의 주인공들은 사람이고,
다른 등장인물들도 전부 사람입니다.
가끔 로봇이 나오는 경우도 있는데,
걔네들도 가까운 미래에는
충분히 만들어낼 수 있을 법하게 생겼습니다.
그리고 이런 영화의 주인공들은 주로
과학 기술을 이용해서 다른 행성을 탐사하거나,
우주정거장에서 일하는 정도입니다.
그럼 이제 스타트렉, 스타워즈,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같은 영화를 떠올려보죠.
이 영화들이 대표적인 스페이스 오페라 장르인데요.
스페이스 오페라의 등장인물들은
지구인 반, 외계인 반입니다.
KTX 타고가면서 봐도 사람 아닌 것같이 생긴 애들이
우주선에 타고 날라다니면서 추격전 벌이거나,
레이저 총 삐융삐융 쏘면서 싸웁니다.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의 포스터를 보십시오.
녹색 여인이 칼을 휘두르고,
너구리가 레이저 총을 쏩니다.
이게 바로 스페이스 오페라입니다.
(참고로 저는 스페이스 오페라를 아주 좋아합니다.)
스페이스 오페라 장르의 영화가
한국에서는 맥을 못춥니다.
정말 인기가 없어요.
위에서 언급한 현실적인 SF 영화 중에서
관객이 제일 많았던 게 「인터스텔라」인데,
무려 천만명이 넘었거든요?
스페이스 오페라 중에 제일 잘 나간다는
「스타워즈」 시리즈가 인터스텔라의 관객
절반에 미치지도 못했으니 말 다했죠.
그런데 「승리호」가 한국에서 흥행하기 어렵다는
스페이스 오페라를 시도했습니다.
SF 영화라서 제작비가 상당히 많이 들었을테고,
까딱하면 제작비 회수도 못할 수도 있는데 말입니다.
이 도전 정신은 정말 칭찬해주고 싶습니다.
승리호가 잘한 것②
- 오지고 지리는 CG
「승리호」를 보면서
이 영화를 아이맥스로 못 봤다는게
정말 안타까웠습니다.
만약에 영화관에서 이 영화를 봤더라면,
평점을 더 후하게 줬을겁니다.
CG가 대단히 대단합니다.
우리나라가 이 정도의 기술을 가졌구나
감탄했습니다.
우주선 타고 현란하게 추격씬 하는 것도 그렇고,
로봇 업동이 움직임도 그렇고..
이 정도면 왠만한 헐리우드 영화랑 비교해도
그렇게 꿀리지 않을 것 같습니다.
찾아보니 제작비가 무려 240억이나 들었다는데
그중에서 대부분을 CG에 갈아넣었나?
칭찬은 이제 끝났습니다. 깔 것만 남았네요.
그럼 이제 본격적으로 까보겠습니다.
승리호 까기①
- 단순하다 못해 불친절한 전개
위에서 언급한 줄거리를 보고 느끼셨겠지만,
시놉시스는 되게 단순합니다.
지나가던 동네 개가 봐도
"아~ 승리호 선원들이 도로시를 구하려고
고군분투하는 내용이겠구나!"
라고 뒷내용을 예측할 수 있을 겁니다.
근데 시놉시스가 단순하다고 해서
무조건 나쁘다는건 아니거든요.
「승리호」는 스페이스 오페라니까,
액션에 집중할 수 있도록 화려한 화면에 몰빵하고
스토리는 단순하게 간 것도 좋은 선택이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스토리가 단순하다 못해 너무 많이 쳐내서
불친절하게 느껴집니다.
승리호 선원들을 제외한
나머지 등장인물들에 대한 설명은
너무 부족해요.
특히 제임스 설리반은 설명이 없어도
너무 없습니다.
영화 다 보고나서도 설리반이 흑화하게 된 이유를
여전히 모르겠어요. 영화에서 안 알랴주니까요.
그리고 설리반이 열받으면,
손이랑 목에서부터 핏줄이 시커멓게 부풀어오르면서
괴물로 변신할 것처럼 막 그러거든요?
금세 원래대로 돌아오긴 하지만요.
걔가 왜 그러는지에 대해서도 안 알랴줍니다.
그래서 전 설리반이 저러다가
막판에 괴물로 변할줄 알고 엄청 기대했거든요.
근데 계속 사람 모습 그대로더라구요??
근데 왜 핏줄을 그렇게 막 세우냐고요...
걔가 고혈압인지, 분노조절장애인지
뭐 말을 해줘야 알 거 아닙니까.
승리호 까기②
- 한국영화 특유의 신파, 똥개그
영화의 배경이나 승리호에 있는 캐릭터에 대해서
알려주는 초반 도입부는 좋았거든요?
캐릭터 설정도 이만하면
괜찮은 편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아 뭐, 유해진 배우가 업동이 목소리에
좀 안 어울린다고 느끼긴 했지만,
이건 어디까지나 제가 느끼기에 불호였다는 것이지,
영화의 문제점은 아닙니다.
누군가는 찰떡 캐스팅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을테니까요.
근데 도로시가 나오면서부터 갑자기
태호의 과거사*TMI를
필요 이상으로 자세하게 풀어주기 시작하더니
* 태호의 과거사
김태호는 예전에 UTS 소속 군인으로,
불법으로 UTS에 이주하려는 사람들을
잡아서 죽이는 일을 했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평소처럼
불법이주자들이 탄 함선에 출동나갔다가
그중에서 갓난아기를 발견하게 됩니다.
차마 아기까지 죽일 수 없었던 태호는
아기를 데려와서 기르게 되는데요.
이 아기가 '순이'입니다.
태호가 순이를 기르면서 마음 정화가 됐는지,
더이상은 UTS의 지시대로
사람을 족치지 못하게 됩니다.
그래서 태호는 기동대에서 짤리고,
UTS 시민권도 잃어버립니다.
한순간에 집도 재산도 잃은 태호는
불의의 사고로 순이마저 잃어버리고 말죠.
본격적으로 신파 쥐어짜기를 시작하는데 아 진짜..
태호&순이의 과거 회상씬에서
태호가 글로켄슈필(실로폰) 뚱땅거리면서
순이한테 노래(무려 태호의 자작곡임)를
불러주는데요.
노래 듣는 순간 제 등골이 오싹해지면서,
와 씨바 또 시작이구나 싶더라구요.
가사 내용도
아빠는 순이가 세상에서 젤 좋아 어쩌고 어쩌고..
헛 참 나 진짜 기가 차가지고ㅋㅋㅋㅋㅋㅋㅋ
여기까지만 해도 충분히 가관이잖아요?
근데 더 가관인 게ㅋㅋㅋ
영화 후반부에 태호가
순이의 유품을 하나씩 살펴보면서
본격적으로 감정잡으면서 신파 짤려고
막 드릉드릉합니다.
그 유품 중에서 한글 연습하는
깍두기 공책 같은 게 있었는데요.
거기 제일 뒷페이지에,
태호가 순이한테 불러줬던 노래 가사를
아빠↔순이로 개사해서,
순이는 아빠가 세상에서 젤 좋아 어쩌고 저쩌고-
라고 순이가 써놨네요??
똥을 싸라 아주 똥을 싸!
누가 그딴 장면 넣자고 했는지
잡아다가 갈비뼈로 실로폰 만들어서
띵똥땡똥 쳐버리고 싶습니다.
그 놈의 신파 못 잃어가지고 아오 씨 진짜
태호가 도로시를 구하자고 마음을 먹게 되는 계기를
좀더 담백하게 보여줄 수도 있었을텐데
꼭 그렇게 울고 짜고 해야 했는지 안타깝습니다.
그리고 뜬금없는 똥 개그, 방구 개그 제발 좀..
제발 그만..
국회에서는 도대체 뭘 하고 있는 걸까요.
영화에 똥방구 개그 금지시키는 법안
통과 안 시키고.
이제까지 나온 한국 영화들 중에서
치가 떨리도록 신파짜고 똥방구 개그치는 영화들이
하도 많았어서
「승리호」 정도면 양호한 편에 속한다는 사실에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승리호 까기③
- 먼치킨도 적당히 해야지
그놈의 나노봇이 뭐길래 만병통치약입니다.
박살난 우주선도 눈 깜짝할 사이에 뚝딱 고치고,
바싹 마른 식물도 열매를 맺게 하고,
심지어 죽은 사람도 살아있던 모습 그대로
막 살려냅니다.
이야- 어벤저스도 못한 걸 나노봇이 해내네요!
이정도면 능력치가 거의 조물주급입니다.
근데 이 능력이 어떻게 작동되는지
그 원리를 설명해줄 의지도 없습니다.
걍 생긴 거래요! 와우!
우리 편은 말도 안 되는 먼치킨이 있는데,
빌런은 그냥 사람이에요.
빌런이 불쌍합니다.
걔가 뭘 그렇게 잘못했다고
이렇게까지 쪽수 밀리는 싸움을 해야 하는 걸까요.
그 이외에도 대사가 좀 진부하다거나,
오디오 녹음을 얼마나 거지같이 했는지
한국말이 1도 안 들리는 점 등이 있었습니다만
이건 「승리호」의 문제점이 아니라,
대부분의 한국영화가 공통적으로
가지고 있는 문제점입니다.
CG기술은 엄청나게 발전했는데,
시나리오나 연출은 예전 그대로를 답습하고 있어요.
비싼 한우로 분홍 소세지
만들어놓은 격입니다.
이런 분들에게 추천합니다.
① 스페이스 오페라에 거부감이 없으신 분
②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의 한국판을 보고 싶으신 분
③ 똥 방구 말만 들어도 까르르 자지러지는 어린이
④ 송중기 덕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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